공부가 끝나면 그땐? by Mannoya


간만에 메일함 정리도 하고 (한메일 무료는 100메가 뿐인데 벌써 90메가란다..쓸떼없는거 삭제하고 휴지통도 비워주니까 단숨에 40메가로 다이어트 되었다 ㅋ) 둘러보다가 한 열흘만에 싸이에 들어갔다. 방명록에 형부가 내 기억에는 아마도 처음으로 글을 남기셨다. 읽어보니까 아무래도 자주 보지 못하고 잘 해주지도 못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으로 시작해서 어서 보길 바란다는 격려의 메시지였다. 그런데 중간에 얼른 결실 맺어서 빨리 돌아와야지..몇 안되는 식구들 모여사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멘트들을 절대 잊지 않고 넣어주시는 센스라니.

졸업하면 내가 들어가는 걸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건 이후 내가 그러지 않을거라는 '선언'을 할 때 거쳐야 할 고개를 의미하는 것이라 들을 때마다 묵은 밥 한 숟갈 가득 삼킨 느낌이다. 이건 한국이 더 좋다 외국이 더 좋다의 문제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돈을 열심히 모아서 (집이 그리 넉넉치 않았으므로)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세상을 겪어보고 싶어서였다. 글로벌 시대니 해서 한국에서도 마음만 먹는다면 세계 곳곳으로의 연결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정말 겪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들어가서 취직이 여차하면 영어강사로 나서도 괜찮겠다라는 의견은 정말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물론 영어강사라는 직업에 무슨 감정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굳이 나오지는 않았을 거다.

형부 입장에서는 언니 생각때문에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거 같다. 그치만 형부네도 아빠랑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전공 살려 일하면 아마도 서울이나 다른 큰 도시로 갈 텐데 이러나 저러나 뿔뿔이 떨어져 사는건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지만....당연히 이건 나만의 생각이다. 한국에서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고 일하고 가정 꾸리면 일년에 명절즘 며칠 빠끔 보는게 대부분이니 외국서 살아도 일년에 한번씩 들어간다면 큰 차이는 없다. 그냥 같은 한국에 있다 없다라는 심리적 거리감이다. 이렇게 주장은 하지만 사실 난 자주 들어가지도 않긴 하다..그렇다고 나 들어간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뻔히 아는데 그런 압박이라니, 불공평하다 이거다.

들어가면 다들 언제 공부 마치고 아주 오는거냐, 외국에서 힘들고 아빠도 외로우시니 얼른 와야지 등등 말하는데... 막상 다들 가까이 살아도 자기 생활이 먼저라 그렇게 누굴 챙기지는 못 하는걸 보니 내가 외국 살아서 불효하는 거 같진 않지만 역시 그런 소리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소릴 들을 땐 암소리 말고 네네 하는거다. 괜히 말 했다가는 '코에 바람이 들어서' 혹은 '못사는 나라 가서 살더니 뭐라도 된듯 착각을 해서' 뻘소리 한다고 혼이 날 거다.

뭔가 남이 봤을 때도 잘 되고 성공하면 모르겠는데, 순전 내 입장에서만 성공이라면 아마 돌 날라오는 걸 면하지는 못 하리라...
그럼 어때 뭐. 안 죽어.


덧글

  • Semilla 2009/04/02 05:19 # 답글

    안 죽지요....
    제 어머니도 아직 제가 한국에 돌아가는 것에 대한 미련이 있으셔서.. 말씀하실 때마다 답답해요...
    그래도 뭐 그냥 눈 질끈 감고 도리도리질 합니다...
    마음 모질게 먹으세요.....
  • Mannoya 2009/04/02 14:39 #

    부모님이 외국에서 거주중이시더라도 그런 경우가 있군요.
    허긴 어른들 보시기에는 정말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지도...
    예전에 언니한테 들었던 말을 곱씹어 보니 '한국에서 잘 할 자신이 없어 '못' 들어오냐'라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될 것 같아요. 그때 예행연습 했다고 치려구요. 전 저 소리 백번 듣고 백번 마음 상해도..죽어도 당신들이 보기에 좋은 곳에서 보기에 좋은 일 하고는 못 살거 같아요..
  • 쿨짹 2009/04/02 06:14 # 답글

    전 아마 한국에 들어가서 살게 되진 않을 거 같아요. 뭐 단기로 (몇 년...) 있게 될 수는 있지만...

    본인 입장에서만이라도 성공했다고 얘기할 수 있으면 성공한 거락 생각해요. 남이 봤을 때의 성공 따위씩이야...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
  • Mannoya 2009/04/02 14:48 #

    저도 들어가게 된다면 단기로요. 이것도 순전히 막내딸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아빠때문에 고려하는 거구요...
    요즘 엄친아 엄친딸들이 워낙에 많으니 말입니다-_- 생각 없다가도 누구말 듣거나 하면 꼭 나한테 불똥이 튀게 만드는 장본인들! 아 가까운 가족이나 자주 보는(!) 친척들이 그러면 그 당연한 신조를 지키는게 무슨 성전 치루는 거나 되는양 변하는게 문제입니다.
    과감하게 떨쳐낼 수 있는 내공도 쌓아야겠어요^^
  • 2009/04/02 07:5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Mannoya 2009/04/02 14:50 #

    아 왠지 격한 공감이 가는 한마디시군요; 진짜 그래요. 며칠만 좋죠 며칠. 그래서 전 항상 2주만 머문답니다 ㅋㅋㅋㅋㅋ 일 처리 하고 며칠 가족하고 지내면 종료^^;;
  • 하딜 2009/04/02 12:55 # 삭제 답글

    한국에 살아도 집 떠나 타도시에 공부하는 경우 많고 또 직장을 잡으면 직장따라 살게 되니까 가족과는 같이 모여사는 건 어렵죠..마노야님 아버지도 오히려 자식과 따로 사시는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친구들과 교제도 오히려 더 자유롭고.. . 마노야님도 졸업하면 아무래도 직장따라 살 곳을 정하게 되겠죠..근데 본인이 한국보단 딴 곳을 선호하면 당연 한국에는 못가겠죠..그리고 이제 성인입니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결정할 일.. 그 누구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형부의 말에 신경쓸 것도 긴장할 일도 전혀 아니죠.. 오히려 아버지는 마노야님이 원하시는대로 하라고 하실 것 같아요..
    졸업 후 직장이 외국으로 잡혔고 그 곳은 놓치기 아까운 곳이라 어쩔 수 없다라고 하면 언니네 식구들도 뭐라못할 꺼예요.. 뭐라한들 신경쓰지 마세요..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아버지도 가끔 해외나들이 겸 딸보러 오는 재미도 있고 좋지요..
    부모맘이란 그저 자식이 행복하면 다 좋다 하십니다.. 졸업하고 취직해서 제 앞가림 잘 하고 사는 거 보여주는 게 그 동안 애써주신 부모님에 대한 보답이겠지요..*^^*
  • Mannoya 2009/04/02 15:14 #

    네 저도 참 그렇게 '내가 행복한게 곧 아빠가 행복한 것!'이라는 주장을 입에 달고 살지만..친지들의 의견을 흘려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직은 아닌가봐요. 정작 아빠는 많이 보고 싶어하시면서도 저한테 결정권을 맡기시는 편이지요.
    제가 아직 경력이 없으니 여기서 처음에 취업을 하면 인턴이나 수습기간이 좀 길 터인데, 언니나 다른 사람들도 그걸 이해해주련지 모르겠네요. 물론 한국만큼 생활비 제외 여유분이 나올 봉급을 처음부터 받고자 한다면 여기 진출한 중소기업에 갈 수도 있지만..아무래도 사장이나 임원의 수행비서로 전락할 가능성이 대부분이라 내키지 않아요.
  • 마르슬랭 2009/04/02 18:07 # 답글

    아아.. 저희 언니도 맨날 그러는데.. 언제 올건데? 그러면 제가 한국 가서 내가 뭐 해먹고 살겠냐. 그럼 영어강사 하면 되잔항... 허억.. 진짜 안 달가운 말이죠. 일단 학업 미치시고 취직을 하시면 괜찮지 않을까요. 직장 잡혔다는데 그만 때려치고 와라, 하진 않으실 것 같은데.
    그리고 맨 마지막 말 너무 좋아요! 맞아요 안 죽어요. 언니네한테 미치도록 잔소리 들어도, 친지들께 싫은 소리좀 들어도, 안 죽어요. 그럼요. ^^ 님의 인생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잖아요. 화이팅이에요!
  • Mannoya 2009/04/02 18:44 #

    저도 일단 그 계획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요. 제 실력에 어찌 수월할지 걱정은 되지만^^ 부딫히다 보면 뭐 하나라도 수가 생기겠죠!
    남들이 그래서 속상하다고 죽진 않지만 할 수 있을 때 못해본 후회때문에 정신적으로 죽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마르슬랭님도, 곳곳에서 열심히 원하는 길을 걷고 계신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 리씨 2009/04/03 05:01 # 답글

    곧 졸업이신가요? 저희 언니는 올해 7월에 졸업에서 한국에 완전히 들어가는데, 왠지 지금 Mannoya님의 고민과 비슷한것 같기도 해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이런 고민을 한적이 있었구나... 라는 한가지 추억이 될테니,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힘네셔요!!ㅎ
  • Mannoya 2009/04/03 12:40 #

    저 아직 졸업 일년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런 생각들이 들어요; 언니분도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드실겁니다. 가족분들이 지원해주신다면 든든하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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