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를 업어오기로 결심하고 제일 처음 한 일은 녀석을 vet으로 데려가는 거였다. 대략 간단한 검진을 하고 의사들이 벼룩하고 진드기 죽이는 스프레이질도 잘 하길래 예전에 사 두었던걸 챙겨가서 뿌려달라고 내 놓았다. 구충제를 먹이고 스프레이질을 하면서 길고양이 얘기들을 했던 것 같다. 아이가 얼마나 사람을 잘 따르는지..어쩌구..하면서.
그때 의사가 한 얘기가 community cat이었다. 딱히 정해진 주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성격이 좋아서 가는 곳마다 성공적으로 음식을 얻어먹고 예쁨받는 고양이.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런 아이들은 경계심이 심한 아이들에 비해서 오래 산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의 주치의이기도 한 이 분은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기도 하고 틈나는 대로 길고양이들을 위한 TNR을 한다고 했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한 구획에서 시간에 걸쳐 관찰을 한 결과 불과 1,2마리에 불과했던 개체수가 몇년 안에 800 마리로 불어났다고 한다. 물론 한정된 한 장소에서 관찰한 결과이니 다소 정확성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이 같은 번식력이 말이 되는건 보통 6개월이 넘어서면서 발정을 시작하는 냥이들이 한 배에 3~5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고 수유기간이 끝나고 새끼들이 어느정도 크면 바로 또 발정에 들어가는데 다들 알다시피 두달정도에 불과한 임신기간이나 3,4개월이 지나면 혼자 먹을걸 찾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크는 성장속도를 생각해 보자. 다 큰 암고양이 한 마리가 3,4번 새끼를 낳을 수 있고 한 영역에 딱 한마리라고 치고 보통 길고양이 수명이 3,4년이라고 쳤을때 계산을 해봐도 벌써 서른마리정도의 고양이가 태어난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고자 할때 살처분 하는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살처분을 할 때 개체수가 더 늘어난다고도 하는데 더 험난해진 환경에 적응하여 발정기가 더 일찍 온다던가 한번에 더 많은 새끼를 낳는다던가 하는 거다. 솔직히 사람들이 컴플레인 하는건 고양이들 mating할 때 우는 소리랑 쓰레기 뒤지는 문제 아니던가. 중성화 시키면 당연히 밤에 냥이들 우는 소리에 잠 설칠 일이 없다. 쓰레기 뒤져서 냄새 난다고 하는데 애당초 그건 고양이뿐 아니라 도심에 사는 다른 동물들 때문이라도 전용으로 디자인된 컨테이너에 쓰레기를 담고 처리를 해야 하는 게 맞다. 야생곰이 근처에 사는 도시에서는 쓰레기통이 바로 열리지 않고 뚜껑 손잡이 양쪽을 동시 눌러야 열리는 장치를 해 놓는데 곰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구하러 내려오기 때문이다. 위험한 곰이 먹을 걸 찾아 내려온다고 쏴 죽이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봉투에 담아서 내가 버릴때만 깨끗하게 처리해 내 보내도 특히 여름에 음식물 쓰레기가 고양이들이 파혜쳐서 냄새가 더 난다는 주장은 너무나 이기적이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TNR이 돈이 든다고 잡아 죽이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또 있긴 하더라.
내 집안이 아니고 남들도 다 그러고 청소부들도 있으니까, 하면서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 만큼이나 이기적이다.
여튼, 여기서도 고양이들이 많이 돌아다닌다고 덫을 놓거나 잡아 죽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말레샤 사람들은 대체로 고양이들을 좋아한다. 식당에서 고양이들이 밥 달라고 울면 슈슈 하면서 밀어내도 때리진 않고 보통은 고기 한 조각이라도 떼어서 던져 준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그래서 계단을 통해서 고양이들이 오가는데 가끔 참치캔이라도 따서 주는 친절한 집을 알아내면 주기적으로 그곳을 돈다. 우리층에는 노란 남자아이가 새벽 일정한 시간에 순찰을 돌곤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보이질 않고 대신 3주전부터 임신한 고양이 한마리가 항상 찾아온다.
이 녀석은 얼마나 낯도 두꺼운지 사람들을 보면 냐옹 냐옹 하면서 주인인양 쫓아온다. 내가 한번 밥을 줬더니 복도 끝에서 날 보고는 바로 '달려'오더라. 사실 길냥이들한테 밥 줄때는 그러한 정을 쌓는게 아니라고 하긴 하는데 벌써 알고 반기는걸 나라고 어쩔 수 있나. 대신 집 근처에 사료 한 컵씩 부어놓는데 몇 시간 후에 내다보면 싹 사라져 있다. 이 녀석이 한 일주일정도 안 보인다 싶었더니 오늘 다시 나타났는데, 그 사이에 새끼를 낳았는지 배가 홀쪽하다. 남친이 사료를 줬는데 정신없이 먹다가 한 반정도 먹고 사라졌다. 아직까지는 새끼들한테 젖을 자주 물려야 하니까 아기들 먹이러 간 모양이다. 또 와서 마저 먹어치우겠지만.
톨스토이가 집에 들어오고 이주가 넘게 설잠을 자는 걸 봤다. 다른 냥이들이 아직도 경계를 하니 기가 푹 죽어서 나나 M한테 와서 애교를 떨다가 잔다던가.
뭐 지금은 아주 대자로 뻗어서 모찌를 배고 자기도 하지만, 덩치 작은 녀석이 괴롭히는 냥이가 없어도 그렇게 불안하게 자는 걸 보면서 느낀게 있었다.
What makes me better than those animals?
사람으로 태어나서 적어도 하루하루 먹을 걱정 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평균수명 6,70년이라는 긴 삶 등등, 인간이기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누리는 많은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다른 생명체에게 generous하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사실 뭐, 그런거 생각할 것 없이 고양이들은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존재들이긴 하다. ㅋㅋ


덧글
Semilla 2008/09/20 03:13 #
고양이들은 정말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요... 어서 기를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Mannoya 2008/09/20 05:39 #
이렇게 준비된 companion을 가질 고양이는 정말 행운냥(?)일거에요. 동물들을 대체로 좋아하긴 하지만 고양이의 매력이란 정말...말이 필요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