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by Mannoya


비록 premix를 사용하긴 했지만 나름의 변형을 해서 초콜렉 케익을 구웠다.
자취하는 학생 주제에 밀가루 종류별로 사다놓고 저울이니 각종 재료 및 기구들을 사는건 상당히 사치스러운거다.
coriander라던가 각종 spice들과 파스타, 이런것들은 자주 쓰지는 않기 때문에 항상 그렇게 찬장 한켠에 있는거고
전기오븐이라던가 핸드믹서-_- 등은 약간 개념이 덜 잡혔을 때 싼 가격에 뒤집혀 산 거고..
뭐 그래도 없는 것 보다 훨씬 낫다. 특히 RM100 - 3만원정도 - 주고 산 전기 오븐 덕분에 아주 가끔이지만 로스트도 해 주고 이렇게 baking도 할 수 있는 거니까. 너무 작아서 뭐 큰맘 먹고 lamb 요리를 해 줄래도 그 큰 뒷다리가 들어갈리가 없고, 과자 구울때는 뭐 몇 번을 반복해서 구워야 하는 노가다의 단점이 있지만, 난 긍정적인 사람이니까.

여튼, 그동안은 계속 브라우니만 굽다가 이번에  케익을 구워줬는데
난 쫀득한 브라우니가 더 좋구만 M은 스폰지 케익스러운 이걸 먹으면서 this is the best cake you ever baked!! 라며 좋아한다. 그러나 나의 뿌듯한 얼굴을 보고 그냥 넘어갈리가 없는 그다. 곧바로 '믹스를 잘 산게야'라며 말을 돌린다.

참 이런걸 보면 외국인이라도 미묘하게 한국사람과 상대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공통점이라면 감정 표현이 굉장히 서툴다는 것.
뭔가 좋은 말을 할 때면 끙끙대다가 툭, 하고 뱉어버리고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 훌연히 자리를 뜬다던가 딴 짓을 한다던가, 괜히 다른걸로 트집을 잡는다.

그런걸 오해하고 슬퍼할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지만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왜 너네는 compliment 하는게 그렇게 부끄럽냐고.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자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편이라나.

친구네 아버지가 있는데, 저녁을 먹을 때 요리가 맛 있으면 하는 소리가
양고기 요리가 참 맛있군, 이 아니라
it is one fine sheep 으로 돌려 돌려 돌려 칭찬을 한다는 거다.
물론 요리를 한 어머니는 -_- 이런 표정 ㅋㅋㅋㅋㅋㅋ

다행스러운 건 사람은 항상 주변에 영향을 받는다는 거다.
난 친구들한테도 정말 진지하게 칭찬을 잘 하기 때문에 - 입에 밴 소리는 잘 못한다 - 가끔 좀 cheesy할 정도인데
남친도 날 만나면서 슬슬 물들어 간다는 거.
예전엔 뭘 해주면 맛있다고 하는 대신 "it's not bad, not bad at all"정도로 끝났으니까.
더 물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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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찬이 부담스러운 이유.. impostor syndrome. 2008/09/23 03:53 #

    칭찬 mannoya님의 글엔 내가 한국 사람 기질 때문에 칭찬을 곧이 못 듣는다고 썼는데 다른 한국 사람들이 어떻다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고 내 경우는 그보다는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그래서 이번에 칭찬받은 것은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잡은 거라서 다음엔 내 없는 본바탕이 드러나면 어쩌나 하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곳에서 사기치고 자리잡은 듯한, impostor syndrome이란 자격지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 more

덧글

  • Semilla 2008/09/20 05:47 # 답글

    저랑 반대시네요.. 저는 남편이 칭찬하면 아직도 한국사람 기질이 남아있어서 금방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그럼 남편은 결국 Why can't you just take a compliment 하고.. 그 뒤로는 제가 자기 칭찬해도 'you're just saying that' 이런 반응. 좀더 당당하게 고쳐야겠죠...
    저는 오히려 기숙사에서 친구들이랑 살 때 baking을 더 많이 하고 살았었어요... 매 주마다 누군가는 살 엄청 찌는 무언가를 만들어서 거실에 놓으면 다같이 먹는 거죠.... 결혼하고 나서 거의 안 하는데도 살은 더 많이 쪘네요....
  • Mannoya 2008/09/22 20:39 #

    전 칭찬받으면 스스로 더 뿌듯해하고 더 잘하고 그래요.
    사실 칭찬까진 아니더라두 어떤 노력을 했으면 가까운 사람으로서 간단하게나마 언급을 해줬으면 하고 바라구요. 저도 그렇게 하니까요. 첨엔 이해 못하던 남친인데 지금은 표현을 많이 해줘서 좋아요.
    저는 잘 먹는 사람하고 있으면 저도 잘 먹고 덜 먹는 사람하고 있으면 덜 먹고 그러거든요.
    기숙사 살때 친구들하고 하루종일 야금야금 먹어댔었는데 나와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못 먹으니 음식량이 줄어들었어요. 먹는거 아직도 엄청 좋아하는데 한번에 많이 못 먹어요..
    남친도 저보다 조금 더 먹는 정도라 둘이서는 포션 큰 식당은 가지 말자고 합의 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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